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문화탐방(최종회)-아주 늦은 안부

조강옹 2019. 12. 24. 06:50

어르신!

조치원에 사신다고 들었습니다.

무더운 날씨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천문산 내려오면서 막내 동생분이 그러시더군요.

“내가 여비 다 댈티니께 나랑 듕귁 귀경가자” 저기 칠십 여덟되신 우리 오라버니께서 칠십 넷, 칠십 둘된 늙은 여동생 불러내어 귀경오게 된 거라고요.

보봉호수 오를 실적에나 장가계 오르실 때나 조금도 뒤처지지도 않고 따라 다니시는 모습 지켜보면서 저렇게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 가는데 나도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늙어가는것이 무엇이 두려울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단 노랫말도 있습니다만 듕귁의 산천경개가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세 남매분 더불어 사시는 것만큼 아름답기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세월 따라 늙어 가는데 여동생 없는 것이 한으로 다가오게 맹그신 어르신 동생분들과 더불어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디립니다.



경호원 아저씨!

아내가 붙인 별명입니다.

청와대 경호원이 대통령 경호하듯 늙으신 아버지 옆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마지막 들른 곳 -예원을 기억하시는지요?

대략 4-5백 년 전에 반 씨 성을 가진 효자가 아부지를 위해 20년에 걸쳐 지은 엄청나게 큰 정원인데 정작 다 지어놓고 보니 아부지는 산으로 가셨다는 다소 슬픈 얘기를  가이드를 통해 들었을 때  심금이 따라 울던 곳입니다.

자식은 효도하려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는 교훈이 담겨져 있는 정원이지요.

아버지께서 아무리 재력이 있으시다 손치더라도 그래서 마지막 쇼핑할 때까지 며느리 불러 세워놓고  “너 사고 싶은 것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모두 사거라. 내가 사줄티니께....” 이러시는 시아버지도 흔치않거니와 재력이 있다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식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원- 그 너른 정원에서도 홀아버지 모시고 다정다감하게 다니시던 내외분 모습을 생각하면서 정원의 주인이된다해도 손색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부지를 향한 마음이 늘 한결같으시니 복 받으실 수밖에요.


명수씨!

개그만 박명수를 닮은 탓에 아직도 본명을 기억하지 못하네 그랴

듕귁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월요일이었지

예원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안해가 소변이 급하다고 하데


그대 아는가?

중생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다가올 때쯤이면 부처가 된다고 했다지?

거기까지는 아니래도 남자가 한 여자와 사반세기쯤  같이 살다보면

상대의 다급함이 내 다급함으로 다가온다네.

시간은 자꾸 가는데 신호에 걸린 차는 쉬 나가지도 못하고 맞은편은 물론이고 좌우에도 오토바이와 자전거 부대들 벌떼같이 신호 따라 오가는데 참 장관이데 그랴.


왕복 4차선 차가 잔뜩 밀려있는데 우리의 안전을 책임진 기사냥반

안되겠다 싶었던지 멀쩡히 서 있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유턴을 시도했던 거 기억나나?

사방은 온통 자동차에다 오,자전거부대로 뒤죽 박죽인데 몇 번을 전후진 뒤풀이 하여 급기야 유턴에 성공하고 바로 지척에 경찰차 깜박거리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거

명수씨는 기사의 그 결단력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박수를 유도했지.

무질서 속의 질서라나 뭐라나 기가 막히면서도 심드는거 아니라 박수 쳐 주었지.

그 바람에 우리 내외 등허리 땀나는거 잊고 무사히 편한 장소 도착해서 해결했다네. 고마우이.


가이드라!

삼대구년만에 한 번씩 다녀오는 해외여행

잠시 잠깐 만나 서로 도움주고 도움 받다 헤어지는 그대들 아니겠나

그대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열심히 우리를 안내했던 그대

신들린 듯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네.

꼭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잘 사시게 그리 되리라 믿네.


임시정부 청사 맞은편 낡고 초라한 아파트에 어지럽게 빨래 널어가면 서 나를 쳐다보시던 인민아주머니 비록 행색은 초라해 보였으나 눈동자가 참 맑아보였습니다. 

 

 동방명주 가는 길 학교 파하고도 냉큼 집에 가지않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구슬치기 하던 아동인민 녀러분! 어디가나 녀러분은 내일의 희망입니다. 공부도 그만큼 힘써 하라는 말씀 귀담아 들으세요이.


홍구공원 입구에서 가짜 로렉스 시계 팔던 인민아저씨

오늘 멫개나 파셨는지요?

들어 갈 때나 나올 때나 같은 가격으로 팔문 안될까유?

이 참에 진짜 로렉스 파는쪽으로 전업을 고려하심도 괜찮을듯 싶습니다.


밤 구워 팔문서 많이 줄것  같이 하다 돈 챙기구나서 쪼금 주던 늙으신 인민할머니 서운하다 생각않을티니 그저 건강하시기를 기원디립니다.

장가계 공원 대합실에서 애덜인민한티 “안녕하세요”라구 우리말 인사 갈치던 미시 인민녀러분덜두 애덜인민 잘 키우시구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기원디립니다.


또 이북억양 섞인 우리말 유창하게 하던 장가계 동인당 통역아줌마인민께서는 늙으신 듕귁 의사인민한티 우리덜 상대루 약값 너무 비싸게 받지 말라 말씀 디려 주십사 부탁디립니다.  부탁 들어주시는 만큼은 에누리 읎이 복 받으시구요.


듕귁 공항이나  항공사에 근무하는 남녀 인민녀러분!

그리구 오다가다 저하구 눈마주치구서두 웃지않구 표정읎이 지나가신 듕귁 인민녀러분!
초면이라해두 오가문서 서루 눈 마주칠 때 그냥 한번씩 웃어주문 안딜까유? 깎아놓은드끼 반반하구 고운 인물에 표정이 읎으니께 꼭 마네킹 같어서유.

아무래두 생애 한번은 꼭 다시 댕겨갈것 같어서 디린 말씀이유

그땐 보다 나은 모습 기대할께유.


..........................


돌이켜보문 너댓새 듕귁 돌아 댕기문서 가는 족족, 보는 족족 우리 것 보담 몇 배 더 크고 더 좋고 더 낫다고 수차에 걸쳐 말씀드렸습니다. 돌아 댕기문서 본 듕귁의 산천경개가 참 부러웠습니다.  그 꿈같은 귀경을 끝내고 돌아오기 위해 뱡기에 오를 때 우리를 이곳으로 디리구 왔던 우리 항공사 직원들  반갑게 맞아주문서 “청주까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이 말을 딱 듣는 순간 그래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덜이 듕화인민공화국 “인민”덜 보덤 훨씬 좋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해 비행장에 비하문 안마당 같은 청주공항에 내려 걸어 나오문서 상해 공항에 내렸을 때 그 넓고 큰 규모에 기죽던 처음과는 달리 얼마나 아늑하고 맘이 편해오던지요?

어미닭 품을 파고드는 병아리가 느꼈음직한 심정이랄지

그런 기분으로 그런 마음으로 우리차로 바꿔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미호천 다리를 건너면서 창문을 여는데 안해가 콧노래를 부릅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피고 새 우는 집 내 집 뿐이리.


사반세기 같이 살다 보면 같은 때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참 많구나 생각하는디 저만치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갑게 맞아 주실 팔순 우리엄니........

 

액셀레이터에 힘이 들어갑니다.

끝.

 

지금까지 따라 읽어주신 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디립니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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