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듕귁문화탐방(9)- 천문산 가는 길

조강옹 2019. 12. 24. 06:48

 

천문산 가는 길


듕귁 문화탐방이라 이름한거는 지방 방송사하구 여행사하구 마케팅 차원에서 저와 같이 밑천읎이 품격을 좋아하는 사람덜 많이 덜 걸려 들라구 한거구 실상은 “관광” 인디 우린 그냥  “귀경”이라구 합니다.


듕귁 문화탐방

듕귁 관광

듕귁 귀경


같은 술이라도 붓는 잔에 따라 또는 따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른것과 같은 이치라구 생각했습니다.


오늘 귀경 얘기는 천문산입니다.

장가계 원가계 이런게 인터넷이구 방송에서구 사람덜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께 장가계 원가계 구경 끝났구 집에 갈 날짜두 다가오구 하니 이제 늬덜이 더 보여줄게 있겄나 싶었습니다.


땅덩어리 좀 크다구 너무 재지마라. 요 정도로 끝날 수 밖에 도리 있겄나

은근히 요렇게 얕잡아 보게 디더라는 말씀입니다.


천문산 통천문을 간다구 했습니다.

건방진 넘덜, 하늘로 올라가는 문이 산에 있다는 말이더냐?

콧방귀 뀌면서 가는 길은 아카시아꽃 활짝 핀 아리랑 고갯길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장가계서 내려올때두 그렇구 이곳 천문산 가는 길두 얼음판에서 칼구두 신구하는 쇼트트랙은 우리가 이길 수 있을지 몰러두 굽잇길 자동차 운전은 강원도 대표두 울고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주 오는 버스 간신히 비켜갈 좁은 도로 이들은 목숨이 두어타스 디는 양 마주오는 버스 니가 박나 내가박나 보란듯이 속도 줄일 생각 별루 읎이 보기에 참 앗찔한디두 서로덜 잘두 비켜 갑니다.

그리키 한참을 가다가 버스가 서더니 통 움직일 줄 모릅니다.


한참을 서있으니 앞에도 뒤에도 길게 늘어선 자동차 줄

성질급한 우리 일행 중에 한 사람 하구 가이드하구 정찰 같다 오더니 앞에서 오가는 차량 접촉사고가 났다는 것입니다.


“늬덜 그리키 운전하다 언젠가 일낼 줄 내 미리 알었다”

내심 고소하다 했는디 시간은 자꾸 가는디 차는 움직일줄을 모릅니다.

가이드 얘기가 경찰이 오기 전까지는 이 사람덜 절대 차 안뺀다는 것입니다.

말로만 듣던 “만만디”에 호되게 당하나 보다 했습니다.


무료함을 달래고자 차에 내려 보건체조를 되풀이 하구 숨쉬기 운동꺼정 해두 길이 터질 기미가 좀체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아카시아 향 솔솔 풍겨오니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 가방을 뒤져 보니 술은 있으나 안주가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가방에서 멸치가 나오고 고추장이 나왔습니다.

길가 깜짝 주안상이 차려지고 술 파티가 열렸습니다.


흉하지 않게 노래도 부르고 천렵나온듯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어지간하다 싶을 때 경찰차가 왔습니다.

좀 지나서 길이 터지고 지나가다 보니 진짜 별거 아닌거 같구 오래두 끌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서는 천문산 입구에 다라랐습니다.

전철기다리듯 줄서서 기다리다 케이블카 한 대에 여덟 명씩 탑니다.


내려다 보니 논배미에 드러누운 송아지, 소새끼덜두 보이구

앞마당에 씨암탁 한가로이 모이주워 먹는디 아낙인지 아자씬지 디딜방아 찧는 모습두 잠시

점점 높은곳으로 오르다보니 내려다 뵈는곳은 까마득합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저 험한 산에 도로 닦아 놓은거 하며

게다가 그것이 “비켜라! 터진다!” 다이나마이트 펑펑 터뜨려 가면서 굴삭기에 포크레인에 덤프트럭 같은 중장비 동원해서 낸것이 아니라 듕귁인민덜의 수공예품 즉 핸드메이드란 말씀이라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케이블카 타구 한나절을 올라가다 서길래 참 대단하다 여기며 다 올라왔나 싶어 내리려 하는디  여기서 내리지 말구 다음 종점에서 내리라구 합니다.


기가막혀!

기가막혀!


그러면서 올라온 만큼 더 올라가니 비로소 종점이랍니다.

여기 내려서 셔틀버스 타구 통천문 입구까지 올라갑니다.


꼬부랑 길

셔틀버스 이리 저리 쏠릴적 마다 대책없이 앞 의자 등받이 잔뜩 움켜쥐고  지맘대루 굽어진 길을 마주 오는 차 비켜가문서 올라오구 내려갈적 남모르게 오줌 질린 우리 아줌씨덜 얼마나 많을런지요?


거기서 계단 구백 구십갠가 구백구십아홉갠가라구 했는디 올라가문서 세어보다 잊어버렸습니다.

꼭대기 구멍 뻥 뚫린 곳으로 뵈는 하늘

제일 높은 곳에 이르지 않고도 하늘로 통했으니  통천문이 맞긴맞다 인정할 수밖에요.


내려오는 길은 삼우제 지내고 오듯 오던 길 고대로 따라 내려왔습니다.


같은 산천경개라 할지라두 치어다 보는것하구 내려다 보는것하구의 차이가 이런거구나 새삼 느끼면서 보면서 거진 다 왔을 때 장가계 철도역이 보입니다.

저두 이 바닥에서 삼십년 넘게 밥 빌어 먹는지라 반가운 마음에 한 장 찍었습니다.

참 크기두 하고 웅장하기두 하구 그 만큼 샘도 났습니다.


인터넷에 부지런하구 사진을 기가 막히게 잘 찍는 분덜이 올려놓은 사진 잔뜩있으니 그짓말인가 찾어서 살펴보시구 늘 디리는 말씀은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늙어지면 못노나니...

눈 밝고 정신 맑고 다리 성할적에 부지런히 돌아댕겨야겄다 생각하다

고국에 홀로 빈집 지키고 계실 팔십노모 생각에 콧잔등이 시큰거려옵니다.

 

집에  갈 때가 어지간히 돼 가는 모냥입니다.

 

또 이어집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