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우리가 산소를 마시고 산다는 것을 배웠을 때 그리고 이 대기 중에 산소가 오분지 일밖에 안 된다는 말씀에 이 모든 사람들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산소 퍼 마시다가 종당 고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략 40년이 훨씬 지나고 나 자신도 오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그 사이 이 지구상에 사람도 엄청나게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또한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퍼 마셔도 줄지않는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숨 제대로 쉬면서 사는 것도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그 깨달음 이후로도 가시지 않는 걱정 하나가 있었으니 저 중동 모래사막에는 삽질 한번만 잘못해도 샘물 솟듯 솟아 나오는 것이 석유라는 말에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퍼내고 또 퍼내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이 보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명절 끝이 아니래도 주말 헬기에서 찍어 안방으로 보내주는 고속도로 위 차량행렬 사진도 그렇거니와 산꼭대기 올라가 내려다보면 길이라고 닦아놓은 곳 치고 굴러다니는 자동차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며 그곳에 올라가 기위해 산 밑에까지 자동차 끌고 가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이렇듯 눈에 띄는 그 자동차들이 하나같이 기름먹고 달리는데다가 그 기름이 죄다 저 중동 사막에 삽질해서 솟아나는 것 돈 주고 사와서 쓰는 것 아니겠는가?
그중에 우리가 단골로 사다 쓰는 두바이 기름이 애체 매장됐던 것의 반 이상 퍼냈다는 얘기가 심상찮고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는 기름 값이 혹여 두바이 말고도 중동 그 모래사막의 기름샘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이 촌부의 걱정이 이럴진대 나라 살림 맡아 하는 사람들 걱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지난 7월 15일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르게 되면 시행할 계획이던 승용차 홀짝제를 앞당겨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매사 일단 일장이 있는 법, 앞당겨서 좋을 일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행안부 관계자의 말 하나는 기막히다.
“2부제는 기존 요일제나 10부제와는 달리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로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결정됐다”면서 “해당되는 날 운행을 금지하던 종전의 ‘네거티브(부정적)’ 방식을 운행이 가능한 ‘포지티브(긍정적)’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서 “대상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기타 공공기관”이란다.
기실 이 촌부가 입에 거품 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 기타 공공기관에 내가 다니는 회사가 포함이 되어있기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는데 여기다 잘해보겠다고 하는 이것까지 걸고넘어지면 야박하다 할 수 있겠으나 우선 요 위 “관계자”의 말꼬리부터 잡고 시작해볼란다.
세상에 “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전에 “해라”의 강압적 지시의 포장에 다름 아니라는거 우리 익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다가 “긍정적 사고로 자발적인 동참 유도”라는 말도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는 말의 포장에 또한 다름 아니다. 네거티브, 포지티브 운운하면서 그것이 특징이란 것 자체도 이미 특징이 아니다.
요는 자동차가 앞서 말한바와 같이 기름 먹는 하마일지 모르겠으나 한편으론 이미 우리 발이 되어 버린지 오래고 기름 값이 오름에 따라 오르는 만큼 우리 스스로 “긍정적 사고로 자발적인 동참”하에 십부제부터 요일제 또는 홀짝제 나아가 시간제 등등 각자 형편에 맞게 시행해 오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일간지에 어느 대학교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에 의하면 이 홀짝제가 그다지 영양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이고 이중 홀짝제 대상의 차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3%란다. 이 수치를 대입해보면 100% 홀짝제를 이행한다 하더라도 절약 폭은 0.075%라는 것인데 설마하니 대학교 선생님이 신문에 거짓말씀 하실 일이 있겠는가.
이런 영양가 없는 대책 하나 내놓고 “이틀에 하루씩 자동차를 운행하지 못한다. 는 이 “자발적 동참 유도”가 그렇게 함으로써 절감되는 에너지에 비해 당사자들이 견뎌야하는 불편이 얼마나 큰지 챙겨나 보셨는지도 궁금하다.
언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발표내용 보도에 이어 얼마 전 장관된 “일용이 아버지”가 자전거 타고 출근한다면서 자랑스럽게 “자발적 동참”을 천명했고 연세 높은신 한승수 총리는 이 더위에도 넥타이 풀고 걸어서 출근하겠다면서 한술 더 뜨셨다.
가만있기 민망했던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철타고 다니기로 마지못해 약속하셨다던가?
행안부의 관계자님께서는 이 분들이 그날 이후로 오늘 아침까지 한결같이 자전거 타고, 걷고, 혹은 지하철 타고 나오셨는지 확인 해 보셨는가?
언론에 종사하시는 기자님들에게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앞으로는 이런 유의 보도 보다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한결같이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 가깝지 않은 거리 걸어서 출퇴근하는 사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고집부려가며 지하철 타고 다니는 사람을 물색해서 보도해주면 좋겠다.
이런 바람과는 달리 으레껏 뒤따르는 보도는 한결같이 도청이나 시청 등의 관공서 이면도로에 홀짝제를 피해 주차시켜 놓은 차주들을 얌체족이라며 비난했고 사나흘 지나자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승용차 십부제를 건의했을 때 그걸 시행함으로서 얻는 이익보다는 국민이 겪는 불편이 더 크다면서 검토하지 않겠다던 참여정부 시절 “관계자”의 말이 더 현실적이고 적절하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잔뜩 오른 기름 값에 이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더 비싸게 들여오는 기름 값을 그래도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충정은 갸륵하지만 이러한 전시행정으로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수없다는것은 과거 경험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아버지가 노름해서 궁색해진 살림에 죄 없는 아이들 몽당연필 하나까지 붓대롱에 꼽아쓰라하는것과 무엇이 다른가?
더 이상 흘러간 옛노래 되풀이해서 들려주려 하지 말고 진짜 머리 싸매고 고민해서 이보다 더 큰 구멍으로 줄줄이 새 나가고 있는 부분부터 막고 그보다는 전체적인 틀을 뜯어 고치더라도 10년 100년 앞을 내다보고 구조적으로 개선해 나갈 정책을 발굴해서 국민들에게 내 보이면 그땐 공공기관의 직원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 “자발적인 동참 유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꺼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따라서 150달러에 이르면 규제할 그 계획은 149달러 99센트까지는 결코 시행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0.075% 절감을 위해 3%의 국민이 불편해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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