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매일같이 새벽밥 지어먹고 나와
철길에 발 한짝 걸쳐놓고 뭉기적거리는 일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일이라곤 하지만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는 공로 또한 적지 않은고로
하느님께옵서 천지를 창조하실 적 쉬지 않으신 토요일마저
하낳두 빼먹지 말구 꼬박 꼬박 쉬어가며 하라는 조직의 배려만큼은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게다가
긴 얘기 따로 할것없이 간간이 쉬고 싶으면 또 쉬면서 뭉기적 거리도록 하라!
하여,
백지수표 처럼 허여된 날이 스무닷새다.
당근 또 다시 감사하여 눈물이 앞을 가리는 고로 주저앉아 한나절을 꺼억 꺼억 울어 제쳐도 모자랄 일이다.
일본 놈들이 즐겨 신는 “나무떼기 쓰리빠” 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또 한 번 게다가
그 스무닷새 염치 챙겨 쉬지 않으면 꼬박 꼬박 날짜 챙겨 일당 쳐서 주는 것이 연가보상금 제도- 나를 포함하여 이 바닥에서 밥 빌어먹는 사람들에겐 명실 공히 13월의 보너스, 아니 뽀나쓰다.
이로인하여
오랜만에 식솔 거느리고 평소 엄두도 내지 못한 고급 요릿집에 들어가 맛난 음식 허리끈 끌러놓고 목구녕이 미어지게 먹고 먹여가며 모처럼 아부지 노릇 한번 폼 나게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눈물짓게 하는 원천이요.
유리창 안 마네킹에 걸친 어깨 좁은 윗도리 훔쳐보다 가격표 보고 눈알커지는것 감당못해 돌아서곤 했던 안해에게 그 마네킹 옷 벗겨 어깨에 걸쳐 줌으로 해서 잔주름 잡힌 눈가에 이슬 맺히게 하는 원천이요
남몰래 마셔왔던 외상술값 변제하고 실로 오랜만에 베게 높여 편한 잠 잘 수 있게 하는 원천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감사에 감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따따블로 감사하기엔 눈물마저 말라버려 건성감사까지 해야 할 지경에 이르는 것은
이렇듯 금싸라기 같은 13월의 뽀너스로 인하야
고달픈 세상살이 나이마저 한 살 더 얹고 넘어가는 이즈음의 해넘이에 큰 짐 덜어주는 하나님의 은총이요 부처님의 자비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이 스무닷새 중에 다만 얼마라도 쉬어야한다고한다.
내 청산리 벽계수도 아니고 백설이 만건곤할제도 아니거늘 어찌 쉬어간단 말인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계획이 서 있는 연가보상금은 어찌하라고.........
참 야박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그지가없도다........카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망가뜨리지 아니하고 어렵게 세우려 애쓰느니 차라리 깨뜨려 쉽게 세울진저!
콜롬부슨가 하는 코쟁이 양놈 생각을 빌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피해 갈 수 있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여
저 위에 보시다시피 닷새간의 휴가를 일찌감치 찍어놓고
이른 저녁 지어먹고 서로 도와 설거지 끝낸 다음
내외가 방바닥에 세계지도 펼쳐놓고 콤파스 벌려 거리 재어가며
어디로 갈거나 어디로 갈거나
어제는 동쪽을 훑었으니 오늘은 서쪽이다.
내일은 북쪽이요 모래는 남쪽이다.
하느님께옵서 공들여 맹그신 세상천지가 우리 내외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이즈음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콧노래 불러가며
카메라 전지 꺼내 일찌감치 충전 먼저 걸어놓고
쉰 네 살
스스로를 충전 걸 콘센트 찾는 작업이 이리 행복하나니…….
누가 이 밤을 동지섣달 기나긴 밤이라 했던가?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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