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짧은 얘기 셋

조강옹 2019. 12. 26. 14:39

이야기 하나

 

 

공기업에 다니다 작년 말 정년을 맞이하고 고용보험 마저 끊긴 동네 형님 한 분

두 아들 중 큰아해가 미국에서 공부 중이라했다.

 

어느 날 부자간의 국제전화 녹취록

 

아부지!”

 

오냐 잘 지내냐?”

 

아직꺼정은 괜찮은디 여기서 60km떨어진디 꺼정 에볼라가 번졌다는디유

 

그래서?”

 

아부지는 아들 걱정두 안되시나 워째 전화 한통 읎으시대유

 

이눔아 우리같이 고춧가루 먹는 사람덜은 에볼라 안걸리능겨!”

 

말씀듣구 보니께 그런 것 같긴 하네유

 

 

 

이야기 둘

 

기관사로 오래 근무하시다 위탁업체 팀장으로 근무하시는 선배 한분이 들려준 오래된 이야기

 

에 대해 관심이 많은 친구 둘이서 산으로 난을 캐러 갔다했다.

 

앞서가던 친구 뒤를 따르던 또 다른 친구가 당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희귀 난을 발견했다.

 

 

앞서가던 친구가 탄하여 이르기를

내가 밟고 지나간 자리인데 이를 발견치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로다!

 

급기야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했다했다.

 

문병 다녀온 주변의 친구들이 난을 얻은 친구에게 권하여 이르기를

우리 모두 친구인데 저 친구 난을 가지고 저리 시름하다 병까지 얻었으니 그 난을 친구에게 양보하면 아니되겠는가?”

 

난 얻은 친구가 답하여 이르기를

 

나도 난을 아는 사람인데 다만 두 촉만 되더라도 한 촉을 나누어줄 수 있겠지만 가진 게 딱 한 촉인데 어떻게 나눌 수가 있겠는가?!”

 

..............

 

 

얼마 지나지 않아 병석에 누웠던 친구는 유명을 달리하기에 이르렀다.

 

그제야 난을 얻은 친구가 탄하여 이르기를

내가 한갓 풀 한포기에 눈이 어두워 소중한 친구를 잃었고나!”

 

그날 이후 집에서 가꾸던 난을 모두 마당에 집어 던지고 두고두고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 후회했다한다.

 

 

이야기 셋

 

올 봄에 다녀온 황산 여행 중 가이드의 소개로 찾았던 짝퉁 가방가게

살까 말까 망설이다 말까로 결정짓고 돌아와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좋은 기회 놓쳤다고 후회하다 처제와 통화중 이 얘기를 건네자

 

처제왈

언냐. 아무리 명품 같은 짝퉁가방 들고 거리에 나서서 다른 사람 다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못속인다아나!

이름 없더라도 우리한테 적당한 가격 매겨져있는 가방 사서 들고 다니는 게 상수라!“

 

이후 안해는 명품 같은 짝퉁에 대한 미련을 미련 없이 버리고 맘 편히 살고 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