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8일 저녁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덕촌리 마을앞 광장
해마다 추석날 저녁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노래자랑
언제부턴가 그냥 덕촌 가요제라 이름하고 이렇게 축제를 벌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그 나이가 어때서 송해도 하는데...."
그래서 마이크 잡고 무대에 섰습니다.
관중들을 설득하여 무대에 집중케하고 출연자들에게 진행 방식을 설명합니다.
다음에 올라 올 출연자에게 대기하라 하고 순서가 된 출연자는 무대에 오릅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준비가 되었다싶으면 노래를 시작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수줍은듯 하면서 노래가 시작되면 금방 몰입을 합니다.
실력도 상당해서 관중석이 금새 숙연해지기도 하고요
아직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가 질어집니다.
안되겠다 싶으면 마이크 내려놓고 같이 숨쉬기 운동도 하고 하이파이브 하면서 용기를 불어 넣어줍니다.
덕촌가요제를 한 순간에 덕촌 국제 가요제로 승격시킨 장본인입니다.
스리랑카에서 와서 일하는 친구인데 깜짝 놀랄 정도로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노래도 상당 수준이었습니다.
객지 나가서도 외롭다 고향 찾는 추석인데 가족과 고향을 이별하고 수만리 이국땅에서 노래부르는 이 젊은이
표정 만큼을 참 밝았고 씩씩했습니다. 그만큼 박수도 많이 받았습니다.
출연자들은 동네사람을 비롯해서 처가를 방문한 사위들 그리고 면사무소가 위치한 장터를 비롯한 이웃마을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동네 사위들이 한결같이 복장도 깔금하게 차려입고 나와 노래도 잘 불렀습니다.
더러는 이렇게 초대가수란 이름으로 중간 중간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시골동네 노래자랑치고 할건 다한다는 얘기와 그래서 가요제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가수의 길을 열어주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평을 들은 청년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 처자들의 고함소리가 이를 반증하는 듯 했습니다.
찬조한 사람들의 명단과 금액을 새끼줄에 시래기 걸어놓듯 한 본부석 심사위원들의 뒷모습도 보입니다.
청중들의 모습입니다.
상품도 푸집합니다.
출연자들을 위한 대상,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인기상
그리고 청중들을 위한 경품으로는 휴지 15묶음, 선물세트 15개, 청원호박 10박스, 자전거 2대
자연 노래 진행하랴 경품 나누어 주랴 사회자도 엄청 바빴습니다
본부석의 모습입니다.
노래부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소정의 출연료 이만원을 내고 접수하면 번호를 부여받습니다.
무료로 하면 출연신청이 쇄도하여 감당을 하지 못하고 너무 비싸게 책정하면 출연자가 없어 적정가를 찾는것이 참 힘들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좌우를 둘러보시고 내가 그래도 이중엔 제일 고령이라 생각되시는 분 앞으로 나오시면 경품 드리겠다하니 금새 두분의 할머니께서 나오셨습니다. 각각 92.94세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라 축원들렸더니 뒤돌아 보시면서
"얼릉 죽어야하는디......."
"그리 오래지 않아 다가 올 우리들의 미래인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오래 오래 사셔야지요!"
오금박듯 다시 한번 말씀드렸습니다.
"덕사모"= 덕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동네 청년회에서 자율방범대로 다시금 덕사모라는 이름을 동네 굳은 일을 맡아하는 자생단체
오늘 행사를 주관하는 덕사모 회장의 인사말 순서도 마련했습니다.
중간 중간 105년 역사를 자랑하는 덕촌교회 목사님, 동네 신용협동조합 이사장님, 덕촌출신 농협조합장님 등등이 무대에 오르셔서 행사를 축하하고 동네 어른들의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덕담도 해 주셨습니다.
광장 뒷편에서는 부녀회가 제공하는 술자리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멀리서 온 사람들이 많이 드시고 많이 드시는 만큼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2년전에 결혼해서 아이 하나를 둔 새사위랍니다.
부지런히 아이를 많이 나아서 사회자가 더 늙으면 어른 대접 좀 받게 해달라는 부탁에 금방 셋을 낳겠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그래도 듣기에좋았습니다.
"내가 오라버니라는 사실을 알리지 마라!"
집안 여동생이 무대에 올라 유언처럼 비장하게 한 이야기가 금새 마이크 타고 울려 퍼졌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입상자 명단에 오르지 아니하였습니다.
천사들도 가요제에 출연했습니다.
둘째가 노래하고 언니와 동생이 앙증맞은 율동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배뱅이굿을 이야기하고 "네가 요렇게 예쁠적에 너의 오마니는 얼마나 예쁘랴!"
궁금해서 잠시 무대에 오르기를 권했으나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몹씨도 궁금했는데......"
본부석입니다.
심사위원들과 접수처
그리고 진행을 도와주는 도우미들이 전시 상황실처럼 일사분란하게 돌아갔습니다.
노래로는 부족했던지 촬영을 위해선지 이런 모습도 보였습니다.
조카보고 춤추라하고 큰아부지는 노래하고
만약 대상을 받아 밥솥을 타게 되면 어쩌겠냐는 질문에
조카는 큰아부지 드린다하고 큰아부지는 조카 준다고 하였는데 결국 이들의 고민을 심사위원들이 풀어주었습니다.
중간에 아이들을 불러내어 경품을 추첨하라 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을위해 넌센스 퀴즈로 경품을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자녀들을 데리고 올라 온 동네 사위쟁이
외할아버지 내외분이 가장 흐믓해하실듯 한 모습이었습니다.
후광을 입은 사진 하나 있길래 올렸습니다.
저 모자는 아주 오래전 대둔사 입구 기념품가게에서 일금 오천냥을 주고 구입한것인데 오랜 풍상에 천장부분이 삭아서 구멍이 났습니다. 다행히 이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끝나고 버리려 했지만 안해는 다음에 또 써야 한다고 벽장 깊숙히 보관했습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면 피곤한것이 모자뿐만 아니겠습니다만 네 신세도 어지간히 고달프겠다 생각하니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심사위원이 흥을 이기지 못해 출연자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
덕촌 가요제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남편 응원하러 무대에 오른 부인
이렇게 백년해로 하면 될 일인걸..........
사촌 자매 넷이어 올라왔습니다.
이름하여 "상큼발랄"
자매가 서로 닮아 노래 잘하는 것은 흔한일인데 이렇게 사촌 자매 넷이서 다 같이 노래 잘하기는 참 힘든 경우라는 사회자의 소개에 더욱 박수받고 상큼하고 발랄하게 춤추고 노래한 자매들입니다.
출연자들의 노래가 모두 끝나고 초대가수 불러올려 노래 듣는 사이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마쳤습니다.
대상후보자부터 장려상까지 다섯팀을 순서없이 무대에 오르게 하고 인기상 부터 시상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상큼발랄 사촌 자매들이 역시나 인기상을 받게 되었고 추인하듯 박수소리 요란하게 울려퍼졌습니다.
스리랑카에서온 미스터 차미가 우수상을 받게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타국에서의 외로움 절반을 덜게 되었고 고국에서 그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커다란 선물과 두고 두고 추억할수 있는 즐거운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참 다행이고 잘했다는 생각에 박수소리 또한 엄청 컸습니다.
여기서 잠깐!!
지금까지 자리를 함께 지켜주신 청중을 대상으로 자전거 경품 추첨을 하였습니다.
"노래 잘하는 사람에게도 큰 상을 줘야하지만 노래 잘 들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큰 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 덕촌 가요제가 추구하는 모토입니다."
긴장속에서 당첨된 경품왕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늦게 불려질수록 상과 상품이 커지는 진행에 모두가 집중하고 긴장한 가운데 "안동역"을 부른 동네사위가 대상을 그리고 "내하나의 사랑은 가고"를 부른 부녀회장 동서께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무려 네 시간을 무대위 화려한 조명받아 서있다 내려온 축제끝의 아쉬움, 썰렁함,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고 그렇게 같이 했던 사람들과 악수하며 헤어지는 시간
추석도 이전같지 않게 고향찾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젊은이들로 부터 외면받는 다는 뉴스가 오보아닌가 싶게
해가 거듭될수록 모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노래듣는 재미와 경품 받는 재미를 알뜰히 누리면서 무려 네 시간 가까운 긴 마실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
내려다 보는 달님도 흐믓해하면서 길 밝혀 주고
오늘같이 더불어 한 오백년 누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름달 만큼이나 커진 욕심에 쉬 잠을 이루지 못할것 같은
2014년 9월 8일 추석날 밤 덕촌가요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글 : 조강
사진 : 조강지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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