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 승규아빠"
"이거 청소하다 주웠는데 아무래도 승규가 쓴 것 같아서..." 접혀진 종이 한 장 내밀면서 눈물까지 글썽인다.
A4용지에 볼펜으로 뺵빽이 적어 내려간 글씨의 허두는 "부모님 전상서"다
"먼저 가는 못난 자식을 용서하세요" 할머니 ... 동생.... 고맙다구 미안하다구....
쭈욱 등장 인물 자체가 우리 집 가족 구성원과 똑 같다.
읽어보니 영낙없는 유서다.
필적이 눈에 익은 것 같기두 하구 아닌 것 같기두 하구
"얘 어디 갔어?"
알면서 묻는다.
"학교에 갔잖아요"
그래도 미덥지 않다. 설마다. 설마 우리 승규가 .....
"애 노트 가져와 봐"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편지와 노트를 붙여놓고 보니 한눈에 같은 필적이다.
무엇이 이 아이로 하여금 자살까지 생각게 만들었을까?
아들만 둘 둔 475 패밀리들은 안다.
아무리 근원이 내게서 비롯된 존재라 하지만
마누라 몸빌려 바깥 세상 첨나온 핏덩이에 어찌 부정이 있으랴 !!
얼러루루 까꿍 하고 설레설레 흔들면 이빨 두 개 보이며 까르르 웃을 때....
손가락두 깨물어 보구 볼두 비벼보구 어깨에 무등두 태워보구
그때 전해오는 스킨쉽이며 어깨에 살포시 전해오는 중압감 그 자체가 행복이었지 ...
이것이 내 새끼구 새끼 키우는 재미가 여기에 있구나....
감동의 여진으로 잠자는 새끼 옆에 누워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느끼던 행복감...
그것두 지나보면 일순간이다.
차츰차츰 표나지 않게 멀어져 가다
코밑이 거뭇거뭇해지면서 뻔때없기는 고사하구..
그나마 노후를 생각해서 슬금슬금 눈치보며 아부성으루 몇 마디 건네도 눈길주는 것조차 인색해진다.
배지꼴린거 억지루 참아가며 코먹은 소리루 나긋하게 불러도 파충류 대하듯....
이것이 우리 부자지간의 현주소다.
근데 그 새끼가 그것도 큰놈이 ..
내 이담에 "소풍끝내구 돌아가는 날 "
홀로 남아 눈물지을 지어메 위로하면서
친구들이며 동네 사람들 조문 오면
그들 맞이하며 맏상주 노릇할 사명을 저버리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고?..
.
.
.
.
.
......
아이들 크니 힘에 부친다구 아빠가 돼놔서 애들한테 신경좀 쓰라구..
출근하는 사람 뒷통수에 대고 잔소리했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러나..
사날 전까지만 해두 그랬다.
회식자리 어쩌다 새끼덜 얘기 나오면서 한 친구는 자식들 공부 끝날 때까지 열두시구 한시구간에 보초선 댄다.
미친놈!!
걔들 크면 애비 그런 거 알아줄 줄 아느냐
발바닥 때만큼이나 여길 줄 알면 고마운 줄 알어라.
공부 잘하면 잘할수록 부모 등꼴빼먹는 것이 새끼들 아니냐구..
네가 하지 못한 공부.. 새끼덜 통해서 대리만족 얻으려는 심사다.
개거품 입에 물고 삿대질까지 하면서
그 친구 얼굴이 벌개지도록 다그친 게 바로 나였다.
워쩔거나?...
..........
"이따 들어오면 당신이 붙잡구 얘기좀 해보소 너무 다그치지 말구...."
조강이 따라서 한숨이다.
"알았어" 대답은 해놓구두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저놈의 속을 캐서 달래보나?
혹시 D-day를 오늘루 잡은 것은 아닌가?
똥메려운 강아지모냥으루 애들 방이며 마루에 부엌이며 왔다리 갔다리...
다행히 어둑할쯤 큰놈이 들어왔다.
별다른 눈치 보이지 않는 것이 외려 불안을 부채질한다.
저녁을 먹으면 서두 이놈의 화두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그것만 생각했다.
"붙잡구 얘기좀 해보소" 설걷이를 끝내구 들어오면서 조강이 다그친다.
마지못해 일어나 애를 부르려는데
큰놈이 알아서 제발로 방문열구 고개를 들이민다.
"들어와 앉어라" 할려구 입을 열려는 데 이 자식이 반 박자 빠르다.
"엄마 나 교회 가야되는데..
안방에서 내가 쓴 유서 못 봤어?
교회 선생님이 한 장씩 써갖구 오라구 했는데......"
2000/11/4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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