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황천일세"
"어의야 허이야"
"삼천갑자 동방석이가 "
"어의야 허이야 "
..................
영혼 떠난 육신은 산 자들에 의해 걸머지워져 대문을 나섰다.
요량소리 처량하게 천천히 동구 밖으로 향한 상여는 만장이 신작
로로 접어들면서 걸음이 빨라졌다.
사십 몇 년전
사 남매, 막내를 낳은 지 백일도 안되어 홀연 떠나간 남편
기약이 없었기에 헤아릴 수도 없는 세월 홀로 살아내다 두 자녀
마저 앞세웠다했다.
오랜 병고 끝, 자욱했던 안개 벗어질 늦은 아침 무렵
마지막 숨 길게 내 쉬며 세상 나올 때 첫숨 들이 쉬던 곳으로
돌려주고 홀로 떠나가는 길
전송 나온, 남아있는 사람들 행렬이 줄줄이 이어져
길가 코스모스 바람에 한들한들 꽃상여와 어우러져 날아가듯 가
쁜하게 느껴지는 것은
앞서 가 기다리던 사람 곁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동네 사람들에 의해 미리 파여진 묘에서 긴 세월- 흔적 되어 버
린 "진토",
고이 꺼내어져 새로이 마련한 터 왼쪽에 모셔지고,
늦게나마 그 오른쪽에 뉘여짐으로 해서 다시 만났다.
저 세상, 들어는 봤어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
무리 지어 삽질을 시작으로 흙이 덮이고 이불 덮어주 듯
떼 입히는 단장 끝내자 거짓말 같이 안개가 걷혔다.
세상 나올 적
홀로 나와 뼈도 살도 섞이지 않은 남남끼리 만나 부부라는 인연
으로 한 세상을 같이 하고
"넋이라도 있고 없고" 사십 몇 년 후에 육신마저 같이 하는 이 연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하는 질긴 매듭 얽어주고 내려오는 길
지난 계절을 견뎌낸 벼이삭, 묵념인 양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벼 베어낸 빈 논도 간혹 눈에 들어온다
.....................
그리 하리라, 둑따라 바람에 끄덕이는 갈대 옆을 지나
내 삶도 저리 영글면 있던 자리 내어주고 돌아가리라
산에 간 사람들 그늘 밑에 모두 모여 점심 먹는 곳
국 날라주던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든 우리 서로 기다리며, 혹은 살아내며 훗날 이와 같
이 묻힌다는 걸 아내는 알까?
그리하여 살았거나 죽었거나 우리 늘 함께 할거라는 것을.....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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