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가 만났을 때

조강옹 2019. 12. 23. 17:36
"소스는요 @#를 큰 스푼으로 반쯤 넣어주시고 $%&를 티스푼으로 하나 넣으시면 맛이 담백해지고 우리 몸에 부족한 바이타민 #$%^@*&..........

티뷔 요리강습 시간
따라해려 해도 집에 스푼이라고는 밥숟가락 뿐이라 계량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식물성인지 동물성인지 조차 종잡을 수 없는 요상한 재료를 준비하라는 통에 일찌감치 날개 접은 게 몇몇번이던가?

아무집 부엌이고간에 찬장문 열고 뒤지면 쉽게 나오는 그런 재료만 가지고 저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해보자 하는 가상한 생각으로 무사독학하기 또한 몇몇해더뇨
인고으세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무르팍을 쳐대며 "바로 이 맛이야!" 하는 그 깨달음을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져 하는 마음으로 공개하니 이는 누구라도 쉽게 조리하고 맛있게 먹게 할 따름입니다.

첫번째 시간이니께 제목을 근사하게 붙여놓고 시작해야겄지유.
따로 붙일거 읎이 맨 위를 보시문 디구유

스탠바이~~
큐!!

에~~ 험험

256칼라으 서양화보다 묵으로 그린 동양화가 더 예술적일 수 있는 이유는 동양화 특유의 절제된 선과 여백에 연유함이며 백여명이 넘는 교향악단 연주보다 어디서 들려오는 일성호가가 성웅의 애를 끊을 수 있슴다.

아직 못 알아 들으신 분덜, 요리에는 꼭 필요한 것만 넣으라는 말씀임다.
냉장고 맨 위에 냉동실입니다.
거기 없으면 아래칸 신선실 열어보십시요
돼지고기는 목살부위가 좋슴다.
평소 통크다 소리 듣다가 요리에서 낭패보지 마시고 썩둑썩둑 크게 썰어 넣습니다.
같은 양이라 할지라도 먹을 때 푸짐하게 느껴짐다.

시절을 잘 만나서 그렇지 예전 같았으면 보관연한을 넘긴지 오랠 묵은 김치
냉장고 하단에 것을 꺼내십시오
아마도 네 쪽 중의 한 쪽일 것입니다.
수엉 수엉 썰어 넣습니다.
꽁다리라 부르는 부분 먹기 불편하다면서 그냥 버리시는 분 많습니다.
가로세로 아주 잘게 썰면 먹는데 불편 없슴다
무와 더불어 뿌리와 줄기가 만나는 부분에 영양분이 다 모여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가훈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배추 한 포기 버리는 건 용서할 수 있어도 김치 한쪽 버리는 건 용서할 수 읎다."


고추장 또한 반숟갈 정도만 넣습니다.
많이 넣으면 국물이 뻑뻑하여 찌개의 격이 떨어집니다.
대신 청양고추 잘게 썰어 두어개, 빨간고추 엇썰어 두어개 정도 넣어주십시오
맛은 청양이 내고 생색은 빨강이 낼것임다.

마늘은 한 통 반 까서 찧습니다.
마늘-
웅녀 할머니께서 죽기로 작정을 하시고 백날을 하루같이 잡수신 덕에
우리 후손덜 유전적 중독으로 어쩔수 없슴다.
라면을 하나 끓이더래두 마늘 한 쪽 찧어 넣어 보십시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맛의 세계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대게덜 도마위에 올려놓고 찧습니다. 이때 여기저기 파편튀어 고생하신 분덜
손에서 냄새배어 저어하셨던 분덜
김치썰 때 사용하셨던 일회용 비닐장갑이나 돼지고기 싸두었던 비닐봉지에 넣고
그대로 도마위에 올려놓고 찧어보십시오
파편하나 튀지 않고 손에 냄새 밸 걱정 없습니다.
찧기가 끝나면 봉지를 그대로 뒤집어 찧어진 마늘 고스란히 냄비 속에 넣으십시오
조그만 아이디어가 우리 인생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 느끼실겁니다.

파, 생강, 두부는요?
참기름 들기름에 후추, 고춧가루라굽쇼?
김치와 돼지고기가 어우러져 우려내는 맛, 이들이 망칠 수가 있습니다.
정 허전하다 싶으면 눈에 띄는 대로 양파나 하나 까서 넣어주십시요

마지막 순서입니다.
간은 굵은 소금 2/3 정도 넣습니다..
싱겁다고 더 넣지 마십시요
끓고 나면 김치가 갖고 있는 간이 배어 나올 것을 감안 한 것입니다.
행여 맛낸다고 미원이나 맛소금이나 다시다 이딴거 절대 넣지 마십시오

맛에도 깊이가 있슴다.
인공 조미료의 얕은 맛은 우선은 좋은 것 같으나 지나면 질립니다.
식당밥 보다 집에서 먹는 밥이 좋은 이유가 여기있슴다.
굵은 소금만 가지고 간 맞추면 깊은 맛이 납니다.
하루 삼시 세끼 먹어도 그맛 그대로 갑니다.
우리 옆집은 가마솥에 끓여놓고 일년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먹습니다.

맛은 결국 간에 의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숟가락으로 얼마 하는데 믿음을 주지 마십시오
간 맞춤은 1%의 영감과 99%의 경험에 의해 터득됩니다.

얼마동안 끓이냐굽쇼?
그 타이밍 또한 1%의 영감과 99%의 경험에 의해만 터득됩니다.

온 가족이 상에 둘러 앉으면 그때 미리 마련된 자리에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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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밥 좀 더 주세요?"

"찌개 어디서 난거에요?"

"옆집에서 갖다 줬겠지..."

"웬일로 옆집에서 찌개를 다 갖고 왔대요?"

"우리 이제부터 아침에도 밥 먹죠"

평소 칭찬에 인색한 겡상도 남편도 한 마디 합니다.

"니 .. 미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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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아침먹기운동추진본부충청지부수석부지부장비서실홍보담당친구옆집아저씨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