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낮으란 지내 왔온져

조강옹 2019. 12. 23. 18:32

새벽 두시반에 눈이 떠지면 하릴없이 일어나 요강 뚜겅 열어놓고

 PRI(사격연습)를 하는거유.

목표는 늘 패인 원형인디 시작과 끄트머리  더러 목표를 벗어나기 일쑤지유.


 

금새 누워두 고새를 못참구 저만치 달아나 버린 잠

옆집 가이새끼 모냥으루 아무리 달래두 당최 올 생각을 않어유.

더듬거려 리모콘 찾아 누르면  좁은 방이  눈부시게 밝아지지유

네모난 모니터 앞이서  양코배기덜 총질까지 하문서 치구 받는 것 보는것두 잠시유,  좌로 굴러 우로 굴러 뒤척이다 보문 멀리 충북선 화물열차 미호천 다리건너가는 소리가 들려와유

이리키 날이 새버리는 거유.

"마흔만 돼봐라! 새벽잠 읎어질티니께...." 

다가오는 출근시간

후딱 일어나지를 못하구 이불안에서 뭉기적거리는 아들을 보며  혀를 차시던 울엄니의 장담은 마흔 아홉 늦은 계절에 이르러 이리키 현실루 다가온거지유.


이쯤에서 각을 한번 설할께유,

뜻한 바 있어 거주지를 동북쪽으로 이십여리 옮기기로 했어유.

같은 동네, 같이 살 사람덜 회의한다고 모인 그 단지내 지하 건물

속기록에 남기기 위해서이기두 하구 할 말두 있구 해서 회의 중간에  손들구 사회자의 승낙을 얻어 한마디 했었어유.

더러는 고개를 끄덕이기두 하구 더러는 천정만 쳐다보는 가운데 말을 끝내구 좌중을 둘러보는디   맞은편에 서있던 젊은 새댁인지 색시인지 손을 번쩍 들더니 자기 의견 조목 조목 야물딱지게 말하다가 중간에 나를 가리키는거유

 “아까  말씀하신 저 어르신의 의견처럼....”

.................


경험상 용량이 큰 쇼크는 금새 삘이 오지 않잖어유 왜..

시간도 어지간히 지났구 회의는 나침판 고장난 배모냥으루 목적지를 잃고

우왕 좌왕 설왕 설래하는디 요때다싶어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오는 길


"어르신이라... 어르신.......!!!???!!!??!???“

그러다가 문득 룸밀러를 통해서 마주친 낯선 어르신을 본거유


그류!!.

우리집 내자가 뵈기싫으니께 그렇게두 쓰구 댕기지 말라던 그 털모자

아시겄어유?

옛날 교과서에 삽입된 삽화

할아버지의 전형인 그 귀마개 달린 털모자

그날따라 바람이 차길래 쓰고 나갔었는디 그  영악한 새댁인지 색시인지

내가 침튀겨 가문서 이야기 할적 잠시 잠깐 학창시절 그 교과서의 삽화를 찾아 내어

내 얼굴에 덮어 씌웠던 모냥유.


어쩌겄어유  세월에 장사읎다는디

눈앞에 어른거리는 "쉰"이란 화상하구 그 새댁인지 색시인지가 말하는 “어르신” 까지

어김읎이 나를 넘어서 가겄지유

 

근디, 근디 말유 

 내일 당장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저만치서" 늘 어른거리는 새벽잠

그걸 어띠키 하문 좋겄느냐 이 말씀이지유.

 

 보시기에두 경우가 참 지랄같지않어유덜??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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