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시월 초이레
돌아가신 울아부지 기일이다.
살아 계셨더라면 올해 일흔 여덟....
지금 사는 집이랑 논 아홉 마지기 남겨놓으시구 서둘러 가셨다.
추수 끝난 들판..
나는 꼭 한번 벼 베인 논에 왔다간다.
고속도로 옆이라 이미 70년대 경지정리가 끝나 바둑판 같은 논
아부진 비료를 골고루 뿌리기 위해 논둑을 열등분으로 나누어 말뚝 박아 표해 놓으셨다.
가신지 15년
그 말뚝은 지나온 세월만큼 사그라져 이제 네 개만 겨우 몰골을 유지하고 있다.
봄 여름 지나오면서 논두렁 풀 깎을 때도 행여 말뚝 상할라 조심조심
그때마다 당신 생각에 콧등 시려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짓곤 했었다.
영주에서의 신혼시절
손주보러 오셨다가 위장병이 심하다는 엄니 말씀에
모시고 간 병원...
결과는 위암 말기라는 진단이었다.
서둘러 남은 여생 편히 모시겠다고
아내 등에 돐도 안된 큰 애 들쳐업혀
허둥 지둥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그해 팔월이었다.
...................
끝없는 고통과의 싸움이 힘에 부치셨을까?
지켜보는 자식들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셨으리라
새벽에 연락 받고 부랴부랴 조퇴하고 갔을 때
아부지는 이미 눈을 감으신 뒤였다.
"둘째만 대학 못시킨 것이 맘에 걸린다" 하시더라
엄니말씀에 더 섧게 울었었다.
...........
어릴 적..
못자리 피사리 하시면서
허리 펴며 얼굴 찡그릴 적마다
"공부 열심히 하면 이런 일 안해두 된다.
사무실에서 펜대 잡고 편히 살 수 있단다."
......................
서마지기 가웃에 옆논 합배미 쳐 아홉 마지기 맹글었을 때
추수 끝난 논두렁에 서서 바다같이 넓어 보인다 하셨다.
"이담에 지가 돈많이 벌어 이 들녘 다 사드릴께유"
"돈 많으문 돈 지키다 죽는겨 "
미소지으시던 것이 중학교 2학년 때 였다.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라 했던가?
이 무욕의 땅에 아부지는 계시지 않는다.
발길 돌려 집으로 오는 길..
"무슨 남자가 눈물이 그리 흔하누..."
혀를 차던 아내가 노래를 한다.
.......
오랫동안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아부지.......
200.10.25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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