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날숨으로 뱉어내기

조강옹 2019. 12. 23. 18:23

자신이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남을위해 어쩔수 없이 술을 자주, 많이 마셔야 하는 친구로부터 들었다.
그렇게 폭음한 이튿날이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한나절을 구들장 신세지곤 했는데  누군가로부터 들은 시청앞 어디쯤에 있는 한의원을 찾아가 약을 지어먹은 이후 가쁜하게 일어나 일하러 나가게 되었노라고...
 
아내에게 이끌려 찾아간 그 한의원
다방 위층 낡은 건물에 대기실 열고 들어간 원장실에는 비쩍마른 젊은 의사가 가운을 입고 앉아있었다.

의사는 가냘픈 손을 내밀어 진맥을 하고 아내의 긴 브리핑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선시대 이땅에 오갔던 중국 사신들이나 쉬 적어 내려갈 수 있는 표의문자를 술술술 써내려갔다.

문득 그렇게 어려운 문자 술술 써내려가는 저 의사보다 그것 받아읽어가며 약지을 누군가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틀 뒤인가 약을 찾아오면서도  풀잎사귀 달인 물에 무슨 그런 신비한 효험이 녹아있을라고 하는 의문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가끔씩 때를 걸러가면서 먹어 치우고서 우연찮게 술자리가 잦아지게 되었다.

언제였던가?
이쯤이면 나도 일어나기 어려운 아침었는데 속이야 다소 거북하지만 그래도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작금의 이런 현상이 풀잎사귀 달여마신데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뒤에 몇 번의 술자리에서 부러 많이 마셨다. 그리고 그때 마다의 이튿날 아침엔 멀쩡한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그 친구의 말이 - 내 짐작이 풀잎사귀 달인 물약의 효과일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지근에서 이 모든 사실을 목격하고 나보다 더 믿음이 강했던 아내는 자신의 신체에 일어나는 모든 바람직하지 않은 증세에 대한 해결책을 그 의사로부터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를 앞세우고 찾아가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의사는 얘기중에 ‘화“(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의건 타의건 어쩔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고 했다.
길을 가다 누군가가 어깨를 툭 치거나 발을 밟았을 때 순간적으로 오는 불쾌감-스트레스- 이것은 폐로 간단다.
그리고 상대로부터 ‘미안하다’라든가 ‘실례했다’라는 사과 한마디에 폐를 통해서 날숨으로 뱉어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간으로 가는 스트레스라고 했다.
예를들면 학교 다닐적 나보다 잘난 것 하나 없던 애가 내 남편보다 훨씬 나아 뵈는 남편 만나 호강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복통이나 이렇게 예쁘게 클 줄 알았다면 내박치지 않았을 스무 몇해전의 내가 버린 여자가 눈이부실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앞에 섰을때 오는 속쓰림 - 이런 류의 스트레스는 간으로 간다는 것이다.
 
간으로 간 스트레스는 쉬 삭여낼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섣달 그믐밤 눈 쌓이듯 차곡 차곡 쌓이다가 급기야는 눈사태 나듯 몸으로까지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병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른바 홧병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간으로 가는 스트레스를 얼마만큼 줄이느냐
또 어떻게 폐로 돌려대느냐 하는 문제가 관건이라 했다.
요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트레스- 간으로 갈 것을 폐로 돌려 대도 시원치 않을판에 스스로 만들어서 간에 쌓아두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옆사람에게 나누어 주며 같이 쌓아 놓자고 권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란다.
 
그날 이후로 난 가끔 아내로부터 정신나간 사람소릴 듣는다.
옆에서 아무리 싫은 소릴 해대도 전에 같으면 발끈해서 대들었을터인테 - 간에 쌓아두었을 그 스트레스- ‘허허’ 하고 폐로 돌려 날숨에 실어 뱉어버리기 때문이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매사 그렇게 웃어넘기기가 쉬우냐고요?
 
허허...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