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쬐금 오래딘 얘긴디유

조강옹 2019. 12. 23. 18:36

임자!


대충 어림잡어두 삽십년이 넘은 얘기네 그랴

고등핵교 댕길적에 일인디

학교에 야구부가 있었거던


야구에 미치다시피한 몇몇이서 수업을 땡땡이까고

동대문 구장으로 야구 구경을 갔던겨

그때만 해두 프로야구가 읎던 시절이니께 고등핵꾜 야구가 인기 캡이었지

요새 애덜 말루 말여


그날 야구가 이겼는지 졌는지 그건 기억이 안나

어찌 어찌 해서 학교에 돌아와 보니께

그냥 넘어갈 리가 읎었지

여기 저기 자리가 비어있으니께 금새 들통이 났던겨

담임선생님 앞으로 댓명이 불려가서 서 있었지


노발 대발하시는 선생님 꾸지람을 고개떨구구 듣구 있었어 모두덜

근디 끄트머리가서는 이건 그냥 넘어갈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께

집으루 내려가 부모님 모시구 오라그라신겨


대부분이 지방학생덜이다 보니께 큰일두 이런 큰일은 읎지

아무리 생각해두 빠져 나갈 구멍이 읎더라구


앞이 캄캄하니 고개만 떨구구 있었는디

뒤에서 '퍽'하니 소리가 나더라구

보니께 뒤에 있었던 친구 하나가 씨러진겨


지금 생각해 보문

긴장한 채루 서 있다보니께 빈혈루 씨러진거 같은디 타이밍이 기가 막혔어

부모님 모시구 오라는 선생님 말씀 끝나자 마자 씨러진 것이 말여


금새 난리가 났지. 축 늘어진 그 친구 일으켜 세우구 어쩔줄 몰라하는 것은

선생님두 마찬가지 였으니께, 병원으루 데리구 가라며 모두 돌려보낸 겨


참 하늘이 무너져두 솟아날 구멍있다는 말이 맞긴 맞는 말인게벼

그 일루 해서 수업땡땡이 깐거, 부모님 모시구 오라구 한거

죄다 읎었던 걸루다가 되었으니께 말여


그때 그 씨러짐으루 해서 말이지 ....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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