겡상도 말로 "하늘이 미칫나?" 소리가 나올 정도로 포근했던 하루
저녁을 마치고 안해와 산보를 나섰다.
늘상 다니던 길인데 겨우내 추위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길
우리처럼 움크리고 있었던 사람들 하나 둘 눈치보듯 나와 앞서거나 뒤서거나 걸어들 간다.
"뜀박질 시합 한번 할라요?"
모퉁이 돌아서 곧은 길 나오자 안해가 대뜸 시합을 제의한다.
........
작년 늦은 가을부터 그랬다.
"뜀박질 하면 내가 이길것 같은데....... 함 할래요?"
"말 같지도 않은 말 하지도 마소"
차마 내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삼키며 (묵묵)부답으로 넘겨왔었다.
"나랑 (뜀박질) 하면 이겨낼것 같소?"
"그러믄요"
"한 오만원 내기 합시다."
.........
"오만원은 그렇고 만원내기 ..."
그렇게 즉석 시합이 결정되었다.
"요잇...땅!"
채 열 발짝을 뛰지 않아서 뒤에서 자지러지는듯한 웃음소리가 밤공기를 째고 울려퍼졌다.
"하하하하 !!!!! 하이고 내도 이제 마 늙었능기라!"
주위 아랑곳 아니하고 하늘 쳐다보며 웃다 쭈구리고 앉더니 땅 쳐다 보고 탄식이다.
처가 나들이적 스쳐 지나가는 산골 조그마한 초등학교 운동회
기껏해야 예닐곱명 조를 짜서 하는 뜀박질
해해년년 일등했다고 해해년년 자랑하던 아내
같은 집에서 같은 밥 먹고 살면서 혼자 늙은것도 아닌데 내기에 걸었던 일금 일 만원
오늘 이때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티뷔에서는 명절 앞두고 체불임금 단속한다 하는데 이 문제에 관한 한
관계기관에서 나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딴엔 목숨걸고 뛰었건만..........
승자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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