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지난 금요일 밤의 일기

조강옹 2019. 12. 25. 07:51

겡상도 말로 "하늘이 미칫나?" 소리가 나올 정도로 포근했던 하루

저녁을 마치고 안해와 산보를 나섰다.

 

늘상 다니던 길인데 겨우내 추위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길

우리처럼 움크리고 있었던 사람들 하나 둘  눈치보듯 나와  앞서거나 뒤서거나 걸어들 간다.

 

"뜀박질 시합 한번 할라요?"

 

모퉁이 돌아서 곧은 길 나오자 안해가 대뜸   시합을 제의한다.

 

........

 

작년 늦은 가을부터 그랬다.

 

"뜀박질 하면 내가 이길것 같은데....... 함 할래요?"

 

"말 같지도 않은 말 하지도 마소"

차마 내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삼키며 (묵묵)부답으로 넘겨왔었다. 

 

"나랑 (뜀박질) 하면 이겨낼것 같소?"

 

"그러믄요"

 

"한 오만원 내기 합시다."

 

.........

 

"오만원은 그렇고 만원내기 ..."

 

 

그렇게 즉석 시합이 결정되었다.

 

 

"요잇...땅!"

 

 

채 열 발짝을 뛰지 않아서 뒤에서 자지러지는듯한 웃음소리가 밤공기를 째고 울려퍼졌다. 

 

"하하하하 !!!!!      하이고 내도 이제 마 늙었능기라!"

 

주위 아랑곳 아니하고 하늘 쳐다보며 웃다  쭈구리고 앉더니 땅 쳐다 보고 탄식이다.

 

 

처가 나들이적 스쳐 지나가는 산골 조그마한 초등학교 운동회

 

기껏해야 예닐곱명 조를 짜서 하는 뜀박질  

 

해해년년 일등했다고 해해년년 자랑하던 아내

 

같은 집에서 같은 밥 먹고 살면서 혼자 늙은것도 아닌데  내기에 걸었던 일금  일 만원

 

오늘 이때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티뷔에서는 명절 앞두고 체불임금 단속한다 하는데  이 문제에 관한 한

 

관계기관에서 나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딴엔 목숨걸고 뛰었건만..........

 

 

승자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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