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산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
가만 생각했다.
나날이 보고 듣는 것이 다르니 날짜 가는 줄 몰랐다.
집으로 가는 날이 아직은 좀 남았지 않았겠나 싶었는데 온 만큼 되돌아 가는 것이 집으로 가는 길이고 시일이었다.
열차타고 꼬박 열 입곱시간 기찻길에 깔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오늘 오후 일정이 "관광"의 마지막이다.
택시를 타고 한 참을 달려 도착한 곳
수렴동 석굴이라했다.
어딜가나 땅덩어리가 큰 탓에 그리고 그것을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입구에서 매표하고 셔틀버스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비로소 입구가 나온다.
정문을 지나며 오른쪽은 규모가 상당한 산에 사찰을 지어놓았고 오른쪽은 마이산을 뻥튀겨 놓은듯한 산벽에 엄청난 크기의 불상을 새겨놓았다. 대충 왼쪽은 도교의 영역이고 오른쪽은 불교의 영역이다.
입구에서오른쪽 엄청난 규모의 석굴을 구경하고 다리건너 맞은 편으로 향한다.
다리 입구에 반갑게도 안내판에 한글로도 적혀있다.
상비산과 연화봉이 이어져 있는데 길이는 약 13 m 폭은 2m 바닥은 약 17m이다
덕과 효가 있는 사람이 이 다리를 건너면 마치 요정처럼 떠다니는 느낌이었다고 전해진다.
심술이 나쁜 사람은 이 다리를 거너서는 안 된다.. 만약 다리를 건느면 오히려 선인이 되기는 커녕 "보응"을 당하게 된다. 그래서 도선교라 부른다.
북한식 어법인지 모르겠으나 말 그대로 이억만리 머나먼 곳에 우리 한국인들을 위한 배려가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소풍은 끝났다.
원플러스 원이랄지 오전과 오후를 마치 일부러 나누어 본 것도 아닌데 알차게 보냈다.
열 일곱 시간의 열차 여행은 올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잠이 잘 왔고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다.
공항은 이쁘게 지어 놓았고 저녁 간편식으로 햄버거를 먹었는데 중국 인민들의 입맛에 맞춤이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문득 천수에서 발견해서 들어가 마셨던 아메리카노 커피가 중국화 되어 떨떠름한 맛을 연상케 했다.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해서 생각보다 이르게 인천에 도착했다.
내 생애 다시는 다녀올 수 없는 곳을 두루 구경 잘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상
중국 국적의 비행기 승무원들의 마네킹같이 무표정한 모습
열차에서 수시로 마주치거나 지나가는 승무원들도 그랬고 지하철 역무원도
그리고 불심 검문하듯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던 공안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무표정과 무관심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들은 신분증 하나로 각종 요금을 결제하고 말 그대로 신분을 증명했다.
권력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그들의 인민들이 언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고 무엇을 하였나를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할 수있어
통제하기 쉬웠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는 듯 하였다.
군사정권 시절 길거리에서 수시로 이루어졌던 불심 검문이 중국 수도의 한복판에서
"다시보기"처럼 되풀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국가 권력이 구성원들로부터 자신감을 잃었거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 가장 단순하고 어리석은 방법으로 구성원을 압박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 다름아니다.
티베트나 신장위구르를 억지로 품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었고
거기에 짓눌린 약자들의 두려움, 분노, 모멸감이 표정에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광활한 대륙 열흘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 장님 코끼리 다리 잡고 더듬거리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랬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 모두 언젠가 따사롭고 자유로운 영혼.
사람 냄새가 나는 광토였으면 좋겠다.
후반부에 석굴 전문 탐사처럼 들렀던 중국의 석굴들
독방에 갇히듯 칸칸히 앉아 계셨거나 혹은 서 계셨던 부처님과 보살님들
수백 개의 불상을 석굴암 하나에 비견하여 일당백의 기백으로 혹은 일심으로- 땀 흘려 가며 석굴암을 새겨 낸 신라의 석공도 생각했다.
언제 어디 가든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또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엔 또 어디를 갈거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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