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생거진천 이거나 하거진천이거나

조강옹 2019. 12. 24. 08:55

베개 끌어안고 안방이고 거실이고 시원한 곳을 찾아 누울곳 찾아 다니다   문득 오늘이 진천 장날이란 생각이 아주 적절한 시기에 떠올랐다.

 

엎드리면 코 닿는다는 것은 좀 부풀려진 얘기이고 엎드리면 이맛박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진천이 있었고 "가는 날"은 분명 장날이었다.

 

 

읍내를 가로지르는 천변 둔치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놓고 올라간 제방둑에 펼쳐놓은 삼태기며 맷방석 지게 멜빵 등등  모두가 옛것인데 오늘날에도 있는것.   진천장의 볼거리 중 하나려니했다.

 

 

 

시장 초입 무더위에 아랑곳 아니하고 편한 자세로 고추 다듬는 모습

학교에서 배운 셈법으론 계산이 안되는 장터 경제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우리  살아가면서 자를것이 꽤 많구나, 많이도 잘라내면서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줄이 많이도 쌓아 올려 놓았는데 오가는 사람이 적으니 자연 찾는 사람도 적다.

 

 

사람보다 물건이 많은것 이 모두 더위탓이라..

 

찾는 이 없으니 맥주나 마시자고 했던 모양이다.  우선은 시원하겠지만 술기운 따라  오르는 열기는 어찌 감당할라고........

 

이 더위에 밭 멜일 없으니 호미도 한가하고

 

가격도 잔뜩 내려놨으나 속옷 마저도 벗고 싶은판에 겉옷이야 옷걸이에 걸려 있을수 밖에..

 

설마 다 팔리기야 하겠지

저녁 장을 생각하면서  도라지 다듬는 손길이 딱하다. 

 

그래도 맨발로 다니는 사람 없으니 신발이라도 팔리지 않겠나?...만 역시나였다.

 

 

바로 이것이다.

순대 사는 김에 맛보기 소주 한 잔씩....

 

 

중간쯤 들어서니 제법 사람이 모였다.

 

 

"세뱅이"라고 한다.

무우 숭숭 썰어넣고 수제비도 떠 넣어가며 고추가루 빨갛게 끓이면 얼큰하고 시원한 맛

민물새우  한 접시 오천원주고 샀다.

반 덜어서 저녁상에 올랐는데  아주 오랜만에 제맛 봤다. 

시원하기로만 거짓말 좀 보태서 콩나물국의 열다섯배쯤이다. 

 

모자파는 가게 앞에 지나가는 사람 대부분이 모자 쓴 사람이니 팔릴리가 있겠나 생각하니 생각마저

딱하다.

 

 

 

 

장구경 하다가 만난 사람들은 참 반갑다.

 

순대 안주삼아 막걸리 한 대포씩....... 술기운 오르면 엄청 더울텐데...

 

옹기전도 파리 날리기는 마찬가지

트럭위의 사모님  줌으로 당겨 보았더니 발톱깎고 계신다.  쯧...

 

 

애들이  장에 따라와서 보채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버지로써 할수 있는 두 가지 -  달래거나 들어주거나

 

요렇게 기발하게 맹근 옷도 쳐다보는 이 하나 없다.

사임당 할머니의 눈매가 무서워 보인탓도 있으렷다.

 

 

뻥튀기 할아버지 대책없이  뻥만  튀겨내시고....

 

올리도 없는 손님 위해  준비는 해야하는가보다.

 

 

다듬다 보면 사는 사람  오지 않겠나?

 

인도 일까? 파기스탄일까?

찾는 이 없기는 마찬가지...

 

저 모든 이들을 위해서라도 무더위는 이쯤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

불러오는 막걸리 배 쓰다듬으면서 돌아 오는 길

찬바람 불면 다시와서  바구니 큰데다가 소용닿는것 잔뜩 담아와야지  다짐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