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 달이 바뀌도록 답을 드리지 못했네
요즘 하는 일이 전에 합격한 기관사 시험의 마무리 단계인데 자동차 면허로 치면 도로주행이라고나 할까?
비유한 김에 “철로주행”이라 하면 더 적절한 표현이 될런지 모르겠네
좌우당간에 그렇다고 기관사들이 그전처럼 쉬 파업할리도 없거니와 파업한다고 한들 내가 기관차를 몰 정도록 운전이 간단한것이 아니라서 쓰잘데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그런 사이 시월이 훌쩍 넘어가 버렸네
그 시월에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죽음은 쉽게 잊혀지는지라 지금 생각하면 언제 그랬던가 할 정도로 지난일이 되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지난달엔 서로 비교되는 두 죽음이 있었네
누이가 말한 그 행복전도사란 여자
아침마당인가 하는 프로를 보시면서 어머니께서 몇 번 말씀하신 기억이나
여자가 인물은 별론데 어찌나 말을 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는지 참 보기 좋다라고...
행복전도사란 별명을 지닌 여자가 자살을 했다는것 자체가 나와 무관했던 사람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관심이 가는터에 남편과 동반 자살이었다는 사실에 부부 라는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더라구
저 유명한 삼국지 내용 중 널리 알려진 “도원결의”란것이 주인공 셋이 복숭아꽃 그늘아래 모여 술 한 잔 하면서 “우리가 세상에 한날 한시에 나오지 못한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한날 한시에 죽을것을 맹세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인데 결국 삼국지 끝까지 읽어봐도 관우가 죽었다고 유비나 장비가 약속 지키겠다며 따라 죽지는 않던데 그 행복전도사가 지닌 병고가 얼마나 깊고 사무쳤으며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외로운 길 같이 가 주겠다며 따라 나선 남편의 용기 내지는 아내사랑 또한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머리가 숙여지더라는 얘기지
자살이 미화되어선 안된다는 사회통념은 잠시 접어두고 부부간의 사랑은 적어도 이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하는 귀감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
반면에 오래전에 자유를 찾아 망명해 남쪽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다가 홀연 죽음을 맞이한 황장엽씨 얘긴데 자유의 소중함이나 사상의 자유 이런것들에 대한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떠나 아주 오랜세월 일가를 이루며 살아온 세상에서 어느날 문득 아니면 시나브로 그가 속한 사회나 그 체제가 싫어졌다해서 물론 번민과 고뇌가 전혀 없진 않았겠지만 그 “전향”이 쉬웠을까?
젊은 나이도 아닌데 살아온 나날 보다 살아갈 날이 많이 않은 나이에 나 하나 사상적 자유를 누리고자 사랑하고 귀히 여기던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의 불행을 담보로 남쪽을 택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비교되어 들더라는 얘기야
황장엽씨의 죽음과 관련해 그의 전향으로 인해 북에 남기고 온 아내와 가족들이 숙청되었다는 짧은 가십기사를 접하면서 상대방의 운명적 죽음에 스스로 동행하는 남편과 결과적으로 아내의 죽음을 담보로 이승에서 길지않은 여생을 새 삶을 찾아 누리겠다는 어느 남편의 이야기가 자연, 비교될 수밖에..
어디라고 얘기하면 누구라도 알만한 괜찮은 직장 수십년간 성실히 다니다가 나이차서 퇴직하고 딱히 할 일을 찾지 못해 이런 저런일로 소일하다 어느날 문득 운명처럼 찾아 온 난치병
옆에서 지극정성 간호해 준 아내덕에 병마를 물리친 감동적인 얘기 간간히 들려오는 우리 사는 세상
아내의 간호는 고사하고 외국에 나가있는 아들찾아 관광겸 지내다가 돌아와 보니 그 난치병이 정도가 더해져 이른바 “전이”가되었다는 얘기가 하나 있어
줄여 말하면 행복전도사 부부와 황장엽씨 부부의 중간쯤 되는 경우인데 이것이 우리 누나 얘기야
아내에 의해 내박쳐 지는 우리나라 50대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 “쪽 팔림”에도 불구하고 고백하네
11월
임용고시 치른 큰 아해는 합격은 물 건너간것 처럼 얘기하면서 2차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버지로서 혹시나 하는 미련을 갖게 만들고 뱅쿠버에서 제 통장에 넣어준 돈 아껴가면서 주말이면 제 아버지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카드 긁어가면서 세상 모르고 지내는 작은 아해(모르진 않겠지만 현재로선 제일 상팔자야)
중순쯤 해서는 그 “도로주행”아닌 “철로주행” 마치고 내 일 찾아 내 사무실로 가겠지만 예전같지 않게 조직개편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어수선한 얘기 들려오고 예전엔 그냥 뜬소문으로 지나가던 얘기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예가 있는지라 모두가 불안해 하는 표정 들 뿐
그래도 난 지낼만 해
그닥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당히 썰렁한 요즘의 날씨처럼
가끔씩 일찍 달아나는 새벽잠
오늘은 “내곁에 있어달라”고 사정하지 아니하고 일어나 자판 두드리다 보니 두서없이 길어졌네
눈을 더 붙여야할지 그냥 있다가 날 밝으면 운동 나가야 할지 참 어중간한 시간이네
하기사 어중한것이 어디 지금 이 시간 뿐이겠나만은요.
두고 온 땅에서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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